프랑스 파티스리 업계에서 가장 치열한 전장으로 꼽히는 파리 한복판에서, 한국인 여성으로서 최고 권위의 상을 거머쥔 김나래 파티시에는 지금 가장 주목받는 디저트 셰프 가운데 한 사람입니다. 충남 당진에서 제과제빵 학원 문을 두드리던 10대 시절부터 파크 하얏트 파리 방돔의 수석 파티시에이자 ‘고 에 미요(Gault & Millau)’ 선정 올해의 파티시에에 이르기까지, 그의 커리어는 한편의 서사 구조를 가진 성장 드라마에 가깝습니다.hankyung+4
성장 배경과 첫 출발
김나래는 충남 당진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며, 제과제빵을 처음 접한 것은 고등학교 1학년 무렵입니다. 특별한 날에만 먹던 케이크에 대한 동경이 있었고, 고향에 제과제빵 학원이 생기자마자 등록해 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하면서 본격적으로 이 길을 선택했습니다. 당시 주변에서는 “빵을 굽는 직업”에 대한 인식이 지금처럼 전문직으로 자리 잡기 전이어서, 안정적인 진로를 권하는 시선도 있었지만, 그는 일찍부터 호텔 파티시에를 목표로 잡았다고 회상합니다. 이때부터 매일 새벽에 연습실을 지키며 데코레이션, 크림 상태, 굽기 정도를 반복 점검하는 습관을 들였고, 이런 루틴이 이후 프랑스 주방에서도 통하는 체력과 집중력을 만들어줍니다.hankyung+3
대학에서는 식품영양학을 전공하며 과학적인 관점에서 재료와 조리 과정을 이해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동시에 전국기능경기대회 등 각종 기능대회에 나가 입상하며 실무 능력을 입증했고, 이 경험이 훗날 호텔 인턴 선발과 해외 파견 선정에서 중요한 서류가 됩니다. 인터뷰에서 그는 학생 시절을 “실습장과 대회장, 강의실을 오가는 반복의 연속이었지만, 손을 움직이고 결과물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 너무 좋았다”고 회상합니다.joongang+2
하얏트 그룹에서의 도전: 괌·서울·호찌민
2011년, 김나래는 재학 중이던 대학과 하얏트 그룹이 맺은 파트너십 프로그램을 통해 선발된 3명 가운데 한 명으로 괌 하얏트에 파견되면서 처음 해외 호텔 주방에 입성합니다. 열대 기후와 현지 고객의 취향, 언어 장벽 등 낯선 환경이 겹쳤지만, 그는 “게스트 앞에 나가는 디저트는 국가를 대표하는 얼굴”이라는 생각으로 현지 팀과 레시피를 조정해 나갔다고 말합니다. 괌에서의 경험은 단순한 인턴십을 넘어 ‘관광지 호텔’ 특유의 대량 생산·이벤트 대응 흐름을 몸에 익힌 시기이기도 했습니다.yna.co+4
귀국 후 그는 그랜드 하얏트 서울 파티스리 팀에 합류하는데, 이때를 두고 “한국 문화는 엄격하고 직설적이어서 매우 어려웠다”고 털어놓습니다. 약 40명 규모의 파티시에 팀 가운데 여성은 단 두 명뿐이었고, 체력과 근성이 모두 검증되어야 하는 조직 문화였기 때문입니다. 새벽부터 밤까지 이어지는 근무 일정 속에서 그는 크로와상 수천 개를 접고 굽는 반복 작업과 동시에, 호텔 웨딩·연회 디저트의 개발과 플레이팅을 경험하며 ‘호텔 디저트’의 정교한 표준을 익혀 나갑니다.bakerynews+3
이후 그는 베트남 호찌민 파크 하얏트로 자리를 옮기는데, 이곳에서는 부임 6개월 만에 셰프 파티시에, 즉 파티스리 부문 책임자로 승진합니다. 베트남 특유의 고온 다습한 기후 속에서 초콜릿과 크림, 설탕 공예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기술을 익혀야 했고, 동남아 현지 과일과 유럽식 디저트를 조합하는 메뉴를 개발하면서 자신의 감각을 확장합니다. 이 시기에 그는 월드셰프 글로벌 페이스트리 챌린지에서 두 차례 금메달을 수상하며 국제 대회에서도 실력을 인정받게 됩니다.yna+2
프랑스행과 ‘파리 전쟁터’에서의 생존
호찌민 파크 하얏트 개관 10주년 기념행사에서, 그는 파리 파크 하얏트 파리 방돔의 총괄 셰프 장 프랑수아 루케트를 처음 만납니다. 루케트 셰프는 당시 미쉐린 3스타 셰프 야닉 알레노 팀에서 일하며 ‘혹독한 주방’을 견뎌내고 있다는 김나래의 경력을 눈여겨보았고, 그의 끈기와 디테일을 높이 평가해 프랑스행을 제안합니다. 김나래는 2018년부터 파리에서 일하기 시작해, 프랑스식 브리가드 시스템과 언어, 문화가 복합적으로 얽힌 환경에 적응해야 했습니다.daum+3
프랑스 현지 기사에서는 파리 제과 업계를 “전쟁터”에 비유하며, 매년 수많은 셰프가 등장하고 사라지는 경쟁의 밀도를 강조합니다. 김나래 역시 “여성이자 동양인으로서 주방에서의 일은 절대 쉽지 않았다”고 말하며, 동료나 상하 관계에서 겪은 차별과 편견을 언급한 바 있습니다.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는 노골적인 말도 들었다고 고백하지만, 그는 이를 동기부여의 자원으로 전환해 프랑스어를 더 열심히 공부하고,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피드백을 받은 디저트를 개선하는 데 에너지를 쏟았습니다.joongang+4
파크 하얏트 파리 방돔에는 2021년부터 합류합니다. 루케트 총주방장은 업계에서 특히 힘들기로 유명한 알레노 셰프의 주방을 ‘버텨낸’ 그의 끈기를 높이 평가하며, 수석 파티시에 자리로 스카우트합니다. 이로써 김나래는 프랑스에서도 손꼽히는 5성급 호텔이자, ‘팔라스’ 등급을 지향하는 최고급 호텔에서 디저트 프로그램을 총괄하는 책임자가 됩니다. 팔라스 호텔은 단순한 럭셔리 호텔을 넘어, 서비스·시설·미식 전반을 국가가 인정한 최상위 등급으로, 여기에 합류한 것만으로도 프랑스 미식계에서 상징성이 큽니다.hankyung+2
‘고 에 미요’ 올해의 파티시에 수상
2023년 11월, 프랑스 레스토랑 가이드 ‘고 에 미요(Gault & Millau)’는 2024년 올해의 파티시에(La Pâtissière de l’Année)로 김나래를 선정합니다. 미쉐린 가이드와 함께 프랑스를 대표하는 양대 미식 가이드로 꼽히는 고 에 미요의 제과 부문에서, 이 상을 받은 최초의 외국인 여성, 그리고 최초의 한국인이라는 점에서 이 수상은 큰 의미를 갖습니다. 시상식은 파리 ‘파비용 아르메농빌’에서 열린 2024 갈라 행사에서 진행됐으며, 김나래는 4명의 후보 가운데 이름이 호명되었습니다.hankyung+3
고 에 미요는 김나래를 선정하며 “제빵계의 새로운 물결을 구현하는 데 있어 소박하면서도 독자적인 예술성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 평가는 과도한 장식보다 본질적인 맛과 구조에 집중하는 그의 미학, 그리고 프랑스 전통을 존중하면서도 자기 해석을 더하는 접근법을 함축합니다. 김나래는 수상 소감에서 “여성이자 동양인으로서 주방에서의 일은 절대 쉽지 않았다”면서도 “먼저 길을 닦아온 한국인 선배님들 덕분”이라고 언급하며, 자신을 한 개인의 성취가 아닌 세대적 흐름 속에 위치시키려 했습니다.hankyung+4
이 수상 이후, 그는 프랑스 언론뿐 아니라 한국 주요 매체와 인터뷰를 이어가며 파리 제과 업계에서 ‘새로운 물결’을 상징하는 인물로 자주 호명됩니다. 특히 2025년 말 인터뷰에서는 자신을 “정원에 피어난 겨우살이처럼, 파리 중심에서 꽃피운 한국 파티시에의 꿈”으로 비유하며, 비주류로 시작해 중심으로 이동한 자신의 궤적을 은유적으로 설명했습니다.daum+2
디저트 철학과 스타일
김나래의 디저트는 겉으로는 우아하고 절제된 외양을 갖추면서도, 내부 구조와 맛의 레이어에서 섬세한 서사를 구성하는 스타일로 평가됩니다. 그는 어린 시절 시골 시장에서 접한 체리, 살구, 포도 같은 제철 과일의 기억을 중요하게 언급하며, 설탕으로 맛을 ‘덮는’ 대신 재료 본연의 풍미를 전면에 드러내는 방향을 지향합니다. 이를 위해 설탕과 지방의 사용을 최소화하면서도 질감과 향을 살릴 수 있는 조합을 연구하고, 프랑스·한국·동남아에서 경험한 과일과 향신료를 적절히 섞어 새로운 균형점을 찾습니다.guide.michelin+3
그의 시그니처로 자주 언급되는 디저트 중 하나는 다이아몬드 커팅을 연상시키는 형태의 케이크로, 겉면은 반짝이는 글라사주와 정교한 각도로 빛을 반사하고, 내부는 여러 층의 무스·콩피·비스퀴가 정교하게 쌓여 있습니다. 또 다른 메뉴는 스테인드글라스를 떠올리게 하는 형태로, 얇게 제작한 과일 젤리와 설탕 공예를 패널처럼 조합해 시각적으로 강렬한 인상을 주면서도, 한 입 베어 물었을 때 산도와 단맛, 식감이 단계적으로 변하는 구조를 가집니다. 이런 방식은 미술·건축에서 차용한 조형 감각을 디저트에 이식한 사례로, 고 에 미요가 말한 “독자적인 예술성”을 잘 보여주는 대목입니다.instagram+3
인터뷰에서 그는 “디저트는 단지 식사 끝에 나오는 ‘달콤함’이 아니라, 그날의 기억을 마무리하는 장면”이라고 표현합니다. 그래서 메뉴를 설계할 때, 코스 전체의 구성과 손님의 감정 곡선을 고려해 산도·쓴맛·향의 강도를 조절하며, 플레이트 위 여백과 색채 대비까지 포함해 하나의 장면처럼 구성하려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전통적인 프렌치 기술, 예를 들어 파트 수크레·파트 브리제, 클래식 크렘 파티시에, 퐁당·무스·가나슈 등 기본 요소를 철저하게 유지하되, 재료와 플레이팅에서 현대적인 언어를 입힙니다.esquirekorea+2
‘파크 하얏트 파리 방돔’에서의 역할
수석 파티시에로서 김나래는 호텔 내 여러 공간에 공급되는 디저트 전반을 책임집니다. 객실 미니 바와 웰컴 어메니티, 로비 라운지, 레스토랑, 바, 룸서비스, 연회와 웨딩까지, 각각의 맥락에 맞는 제품을 디자인해야 하기 때문에, 그는 “한 호텔 안에서도 여러 개의 작은 브랜드를 동시에 운영하는 느낌”이라고 설명합니다. 예를 들어 애프터눈 티 타임을 위한 구떼(goûter) 메뉴는 계절감과 시각적 즐거움이 중요하고, 레스토랑 디저트는 코스의 마지막 퍼즐 조각으로서 전체 맛의 균형을 맞춰야 합니다.bakerynews+3
그는 팀의 리더이기도 하기 때문에, 신입 파티시에 교육과 레시피 표준화, 원가 관리, 협력업체와의 소통 등 경영적인 역할도 수행합니다. 특히 다양한 국적의 팀원들이 모여 있는 만큼, 언어와 문화 차이를 조율하며 공정한 피드백과 평가를 제공하는 리더십이 중요하다고 밝힙니다. “저 역시 과거에 주방에서 차별과 편견을 겪었기 때문에, 적어도 제 팀 안에서는 실력과 성실함이 기준이 되도록 노력한다”고 한 인터뷰에서 말한 바 있습니다.yna.co+3
서울과 파리, 두 도시에서 이어지는 무대
고 에 미요 수상 이후, 김나래는 한국과 프랑스를 잇는 다리 역할도 맡고 있습니다. 2024년 봄 파크 하얏트 서울에서 진행된 컬래버레이션 행사 ‘프렌치 구떼’는 그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 프로그램에서 그는 파리 방돔에서 선보이던 구떼 메뉴를 서울로 옮겨와, 한국 고객에게 프렌치 애프터눈 티 문화를 경험하게 했습니다. 메뉴에는 금귤 조림을 이용한 디저트, 제철 과일 타르트, 섬세한 샹티 크림을 얹은 클래식 케이크 등이 포함되었고, 그는 행사에 직접 참여해 디저트의 의도와 스토리를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guide.michelin+1
방송과 미디어 노출도 늘고 있습니다. KBS 예능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에서는 박명수, 정호영 셰프와 함께 프랑스 현지 호텔 주방을 소개하며, 파리에서 한국인 파티시에가 어떻게 일하는지 현장감을 전달했습니다. 또한 제빵·제과 서바이벌 프로그램 ‘천하제빵’의 심사위원으로 합류해 전문성을 대중적으로 알리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디저트 평가 기준과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조언도 공개했습니다.[youtube]fanplus.co+1
차별을 넘어선 서사와 향후 계획
김나래의 서사에는 반복해서 ‘차별’과 ‘편견’이라는 단어가 등장하지만, 그는 여기에 머무르지 않고 이를 동력으로 전환한 사례로 자주 인용됩니다.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는 말을 듣고도 자리를 지킨 이유에 대해, 그는 “결국 완성도 높은 디저트가 가장 강력한 언어”라고 답합니다. 즉, 언어와 출신이 장벽이 되는 환경에서, 작업 결과물 자체가 자신을 설명하고 설득하는 수단이 된다는 인식이 강합니다.joongang+3
향후 계획에 대해 그는 여러 인터뷰에서 “당분간은 파리에서 더 많은 경험을 쌓고 싶다”고 말하면서도, 언젠가 한국과 프랑스를 잇는 형태의 디저트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냅니다. 이는 단순한 디저트 숍을 넘어, 파티스리와 티살롱, 교육 프로그램이 결합된 형태의 공간을 구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후배들에게는 “지금 당장의 속도보다, 얼마나 오래 이 일을 이어갈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며, 체력 관리와 멘탈 케어의 필요성을 강조합니다.yna+4
김나래 파티시에를 경험하는 방법
현재 김나래의 디저트를 가장 직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곳은 파리의 파크 하얏트 파리 방돔입니다. 호텔 레스토랑 및 라운지의 디저트 메뉴, 애프터눈 티 프로그램, 시즌 한정 케이크 등을 통해 그의 시그니처 스타일을 맛볼 수 있으며, 예약 상황에 따라 주말이나 특정 시즌에는 한정판 메뉴가 나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파크 하얏트 서울과의 협업 행사, 팝업, 마스터클래스 형태로 비정기적으로 소개되고 있으므로, 호텔 공식 채널과 그의 인스타그램을 함께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instagram+2
공식 인스타그램으로 알려진 계정(@pastry.narae_kim)에서는 시즌별 디저트, 호텔 이벤트, 외부 행사 소식은 물론, 작업 과정 일부와 팀원들과의 일상도 공유됩니다. 파리 현지 한인 커뮤니티와 미식 관련 매체에서도 그를 ‘파리에서 꼭 들러야 할 디저트 경험’으로 언급하는 경우가 늘고 있어, 여행 계획 중이라면 일정에 포함해 볼 만합니다.blog.naver+3
이처럼 김나래 파티시에는 지방 도시의 학원에서 출발해 아시아와 유럽의 여러 호텔을 거쳐, 프랑스 미식의 중심부에서 인정받기까지의 경로 자체로 이미 하나의 이야기입니다. 동시에, 그는 여전히 현장에서 ‘다음 디저트’를 고민하는 현역 셰프로서, 전통과 혁신, 개인의 기억과 글로벌 미식 트렌드를 교차시키며 자신의 언어를 확장해 가고 있습니다.hankyung+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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